알가에 카데르 끼얹

1차 2016. 8. 10. 00:38

피곤하다며 돌아 온 그녀는 일찍 자리에 뻗었다. 겨우 받아 온 오프는 질질 끌리고 끌렸고, 병원은 새벽에야 그녀를 놓아 주었다. 아까운 내 오프! 외치는 그녀는 알가의 집에 드러누워 버둥거렸다. 치맛자락이 올라가는 것도 신경 쓰지 않은 채 발을 휘저어대는 카데르에게 다가 간 알가는 협탁에 찻잔을 놓고 베드트레이에 올라가있는 30데니어짜리 스타킹에 감싸인 발을 쳐다봤다. 흔한 정장차림의 그녀는 발치에 다가온 알가를 보자마자 퇴근하기 전 바른 루즈가 채 지워지지 않은 입술 끝을 올려 웃었다. 벗겨줘. 알가의 다리를 타고 카데르의 발끝이 서서히 올라왔다. 바지가 끌어올려지다 걸리고, 천이 구겨지는 소리가 들렸다. 편한 면 추리닝을 타고 올라가던 가느다란 발끝이 바지 고무줄에 끄트머리를 걸쳤다. 투명하게 비치는 스타킹 너머로 예쁘게 관리 된 발톱과, 곱게 발려진 페디큐어가 보였다. 그녀답게 검붉은 색이다. 유독 색스러운 검붉은색이 어울리는 피부다. 알가는 한숨을 쉬고 한걸음 다가섰다. 가느다란 발목을 넘어, 살집이 조금, 아주 조금 붙어있는 종아리가 골반즈음에 닿았다. 그와 함께 알가가 파고들면서 벌어진 허벅지 바깥쪽이 정장 스커트의 좁은 폭을 이기지 못 하고 조금 눌렸다. 그래도 단련된 몸이라고 눌린 자국이 탄력 있게 패이는 모습은 퍽 보기 좋은 광경이었다. 알가는 몸을 숙여 치마 속으로 손을 넣었다. 가만히 누워서 발끝을 까딱거리는 카데르는 입술의 루즈가 뭉친 기분이 든 건지 입술을 말아 문 채 문지르고 있었다. 치마 위로 손모양이 도드라진다. 검은 치마가 강제로 늘어난 만큼 형광등에 반질거렸다. 손바닥을 허벅지에 마주한 채 스타킹의 재질을 타고 올라가다 손끝에 걸리는 속바지를 살짝 잡고 끌어내릴 때, 카데르는 허리를 들었다. 짧은 속바지가 작은 골반에 걸려있다 완만한 엉덩이라인을 따라 내려오다 허벅지에 걸쳐지는 과정이 손가락 끝으로 확연하게 느껴졌다. 그러는 도중에도 카데르는 짧게 다듬어진 손톱이 길진 않았는지 보고 있다. 속바지가 발목에 걸쳐지자 발끝을 세운 카데르가 발을 휘휘 휘저어 속바지를 던졌다. 휙 날아 바닥에 툭 떨어진 속바지를 눈으로 쫒던 알가가 삐뚜름하게 카데르를 바라봤다.

“당신이 치울 겁니까?”

“여긴 네 방인데?”

망할. 욕하는 알가를 뒤로한 채 스타킹~ 하고 발을 휘휘 휘둘렀다. 알가는 어디서 그 흉기 같은 걸 휘두르냐, 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그만 두기로 했다. 겉보기엔 연약해 보이는 다리일 뿐이다. 하얀 이불 위에 멋대로 흐트러진 머리는 정리하지 않아도 충분이 예쁜 컬을 유지하고 있다. 신기한 머리라고 생각한 알가는 카데르의 허리를 한쪽으로 반쯤 들고 스커트의 지퍼를 내렸다. 그대로 쑥 당기면 도톰한 엉덩이에서 조금 느려지다 쑥, 치마가 빠진다. 까만 속옷에 스타킹만 입고도 부끄러움은 없는지 그녀는 허리를 슬쩍 들어준다. 알가는 익숙하다는 듯, 한 치의 미동도 없이 안 그래도 살이 없는 허리를 꽉 잡고 있는 밴드와 허리의 살갗 사이에 엄지손가락을 넣어 밴드를 충분히 늘리며 아래로 내려갔다. 스타킹은 겹쳐지면서 점점 까만색으로 짙어져갔다. 그러다 발끝을 잡아당기면 스타킹은 부드럽게 다리를 놓아준다. 하얀 맨다리와 검붉은 페디큐어가 발린 발 끝, 까만 속옷이 도색적이다. 그러나 섹시한 것도 백일을 보면 아무렇지 않은 법이라, 알가는 몸을 꽉 죈 셔츠가 불편하다며 손을 휘젓는 카데르의 셔츠 단추를 풀었다. 가슴 쪽이 조금 팽팽하던 셔츠의 단추를 풀어주면 단단하게 모여 있던 가슴이 아주 조금 풀어진다. 그 사이로 비치는 건 하얀 나시와, 그 틈새로 보이는 까만 브래지어다.

“만세.”

“만세~”

쭉 뻗은 팔 너머로 셔츠를 당겨 벗겨내고 셔츠와 떨어져 있는 속바지, 팔에 걸어놓은 스타킹을 세탁물 망에 넣어 놓고 편한 맨투맨과 반바지를 들고 오면 어느 새 브래지어를 벗어서 손에 달랑달랑 흔들고 있다. 부끄러움은 스크램블 애그와 볶아 먹었는지 맨다리에 바지를 입혀주면 순순히 허리를 들어준다. 맨투맨을 쑥 씌워주면 작은 머리가 쏙 하고 올라온다. 그리고 속에서 손을 꼼지락거리다가 흰 나시를 맨투맨 아래로 쑥 빼고는 팔을 마저 끼워 입고 다시 벌러덩 대자로 눕는다. 갑갑하게 옥죄고 있던 것들이 사라지자 밀가루 반죽처럼 퍼지는 카데르를 보던 알가가 욕실로 가서 손을 씻고 메이크업 오일을 들고 나왔다. 서랍에서 방수천을 꺼내 침대에 깔고, 메이크업 오일을 두고, 비누냄새가 폴폴 나는 손가락에 오일을 짜 올렸다. 차갑지 않도록 손을 비벼 체온으로 오일을 데운 그는 화장이 겹겹이 쌓인 얼굴에 손끝부터 손바닥 면까지 고루 이용해 문질렀다. 눈 떠요, 감아요. 이럴 때만 말을 참 잘 듣는다. 저자극성 오일이 화장을 녹이자 오일통을 들고 손을 씻으러 들어 간 그는 손가락에 묻은 펄과 섀도우, 루즈의 흔적을 보다 매번 힘들겠다는 생각을 했다. 비치되어있는 폼클렌징으로 손을 꼼꼼히 닦고, 스팀기에 들어있던 작은 수건을 두어개 들고 나왔다. 손바닥이 익을 것처럼 따끈해서 이리저리 펴서 식히며 걸어오는 알가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카데르는 배시시 웃었다. 화장이 이상하게 지워져있는 얼굴은 우습다며 적당히 식은 수건을 얼굴에 올려 부드럽게 마사지하며 닦아냈다. 수건을 뒤집어 한 번 더 말끔하게 얼굴 근육 모양대로 닦아주고, 방수포 위에 올려 둔 다음 깨끗한 수건으로 한 번 더 얼굴을 덮고 마사지 해 준다. 카데르는 이 순간을 가장 좋아했다. 더. 하는 말에 엄지손가락으로 턱 아래와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니, 시원하다는 듯 탄식이 흘렀다. 깨끗하게 닦아내자 뽀송뽀송한 얼굴이 드러났다.

“화장까진 지워주겠는데, 씻어야죠.”

카데르는 말없이 손을 뻗었다. 예, 예. 알아 모십죠. 알가는 허공에서 휘적거리는 손을 수건으로 잡아다 지압했다. 손톱이 좀 길었네요. 씻고 나오면 다듬어 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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